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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락의자’, 그 불편함에 대하여 - 정수연展 』

 

Jung Sooyeon Solo Exhibition

 

 

세종대회화과_정수연_01.gif

▲ 정수연, ‘안락의자’, 그 불편함에 대하여

 

전시작가 ▶ 정수연(Jung Sooyeon)

전시일정 ▶ 2012. 02. 01 ~ 2012. 02. 10

초대일시 ▶ 2012. 02. 01 PM 5:00

관람시간 ▶ Open 10:00 ~ Close 19:00

갤러리 자인제노(gallery ZEINXENO)

서울시 종로구 창성동 130-5

T. 02-737-5751

blog.naver.com/mangchiro

 

 

  ‘안락의자’, 그 불편함에 대하여

 

주성열(예술철학, 세종대 회화과)

 

 

 

들어서며

현재는 과거를 걸머지고 미래를 머금고 있다. - 라이프니쯔

 

 단숨에 드러나는 그림이지만 이해하기가 곤혹스러운 이유는 완벽한 실체가 구축된 것이 아닌데다 실재를 은폐하거나 현실을 부정하기도 하며, 가상과 실재를 넘나드는 기호들마저 낯선 까닭이다. 작가가 우회적인 방식으로 맴돌고 있는 것은 강제된 이념을 재현하는 것에서 벗어나 몸이 느끼는 세계를 수용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하여간 작품은 작가 자신이 특별하게 여기는 사물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사물은 익숙한데다 흔하지만, 우리에게 전달되는 것은 경쾌한 우울함과 부족함, 그리고 불편함이다.

 

 이러저러 살아도 힘들기만 했던 기억의 응어리가 고스란히 숨겨진 마음의 풍경을 불특정 감상자가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사실 화가의 아픔만큼 작품 세계가 구체적이지만 접근이 용이하거나 간단치는 않다. 단순해 보이는 명제 ‘전등’과 ‘안락의자’는 작가의 잠재적인 이면 정서가 변형된 기호라 할 수 있다. 언뜻 이해 가능하다고 여겨지지만 작가가 바라는 명제의 적합한 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림 속 모호한 풍경은 작가가 오랜 경험과 인식을 바탕으로 건져 올려 새롭게 만들어 낸 표상체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중력이거나 가상으로서의 배경인 공간은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무언가를 숨겨놓은 장막으로 과거 삶의 불투명성을 오히려 간결하게 처리했다는 느낌이다.

 

 새로운 전시를 준비하던 화가 정수연은 세상에 나와 너무 오래 서성거렸기에 세월과 함께 확장되기는커녕 더욱 왜소해져 버린 듯하다. 슬픈 시절의 희망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고, 변화는 멀고 결여는 깊어지기만 했다. 그러나 존재감이 확실해질수록 그 증거는 더욱 더 가여운 것 속에서 발견된 것이다. 작가에게 그것은 개성의 포기가 아니라 도리어 절대적 개성이 되어가면서 자기 자신을 비우고 모든 그림을 끌어안는 계기가 된다. 주어진 운명이 어떤 것이건 그에 대한 무정한 책임은 자기 것이라는 것을 알아채기 시작했음이다.

 

 

세종대회화과_정수연_02.gif

 

▲ 정수연

 

 

 

세종대회화과_정수연_03.gif

▲ 정수연

 

 

 

작품으로 다가서며

두 번 다시 똑같은 강물에 발을 담글 수 없다. - 헤라클레이토스

 

 먼 옛날 정수연에게 안락의자는 바위보다 차가웠을 것이다. 안달하기를 멈추고 정일한 휴식 속에 머물게 되면서부터 그리움이 현실로 인식되었고, 사소함도 구체적인 것으로 다가온 것이다. 기호로서 안락의자의 배치와 겹침은 납작한 화석일 수 있다. 삶은 구체성을 간직하면서도 그 무거운 윤곽을 다소간 허물어뜨리고 연민의 눈길로 화석화 된 과거를 살피고 있다. 시간의 순환 속에서 처해야 하는 시점에 따라 사물을 정돈하고 이제 삶 속에 침전물로 녹아있던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내고 있다. 아마도 과거의 기억이 미래의 황폐함에서 구체적인 빛을 발하길 바라는 의식적인 행위이다.

 

 그림의 상부에는 전등이 있고, 하단에는 안락의자들이 놓여 있다. 바닥인지 허공인지 불분명하지만 통상적으로 바닥으로 이해되는 안락의자가 배치 된 공간은 낯설고 모호하며 쓸쓸하다. 모노크롬의 평면적 지각적인 공간과 스트라이프로 꾸민 상징적인 공간에는 고발적인 사물들이 배치되어 물신(物神)처럼 버티고 있다. 사물이 자리한 그곳은 무의식 속에서나 다다를 수 있는 아늑한 공간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유토피아는 아니다. 질곡의 공간, 슬픔의 공간, 한이 서린 불투명한 장막의 공간이다.

 

 의자의 안락함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소유물로서의 안락의자는 내게는 마음을 억누르는 불편함이자 냉혹함이다. 어머니의 품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그 편안함은 오히려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그 안락함이 정수연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라면 아픔을 감출 수밖에 없기에 화가는 낯선 조형언어로 비튼다. 결국 안락함의 개념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미적 화해를 위한 것임을 알기에 이제 트라우마로 불리는 상처들은 해소되어야 한다고 인식한다.

 

 ‘안락위자’라 이름 붙인 건 안락의자에 앉았던 사람이 이름 붙였을 것이며, 몸이 세계를 느끼는 방식과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가시화 된 것이다. 작가가 이름 붙일 수 없었던 흔하디흔한 의자라 그런지 기능적으로 당당하지 못한 채 장식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어떤 사물에 대해 익숙하거나 알고 있다고 해서 사물의 기능이 온전히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이념은 그것이 포착하는 것을 조작하는 한 거짓된 것이다. 그 동안의 예술을 위계로 생각함으로써 진정한 해방의 기회는 멀어졌었다. 그래서인지 안락의자는 그림 밖으로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물러서 있거나 뒤엉켜 있다.

 

 간혹 일부가 완성되지 않은 형식을 취한 것은 표현해야 할 것을 숨긴 겸손한 삶을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 화가 정수연의 인생에서 이치의 깨달음이란 포기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음을 짐작하기에 더욱 그렇다. 인생의 고통과 시련을 통해 얻은 깊이를 보여주는 눈은 어두운 과거와 밝은 미래의 간극처럼 어떤 곤궁한 생활도 그 끝은 순결하고 비범한 가치와 연결되었음을 인식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작가의 특이한 자질과 절제되거나 단순화된 어조가 이전보다 감성에 더 가까워지면서 일정한 거리와 장벽을 넘은 듯 보이는 것이다. 작가는 친화력을 느끼면서도 감히 끼어들 수 없었던 포근한 곳에서 엄숙한 성찰을 시작하고 자아를 확대시킨다. 바깥 시선으로는 바라볼 수 없는 삶이 있고, 하나의 삶을 삶의 절대적인 형식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삶을 내적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과 같은 뜻이 된다.

 

 

세종대회화과_정수연_04.gif

 ▲ 정수연

 

 

 나가면서

세계는 결코 천국이었던 적이 없다. 이를 참고 견디며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사랑과 신념을 필요로 했다. - 헤르만 헤세

 

 자신을 주제로 삼기 시작한 것은 자신의 불행한 미래를 내다보았기 때문이다. 과거가 사라진 곳에서 미래가 열리는 것이다. 나를 떠나 타인의 고통까지도 수용함으로써 작가는 강력한 상징을 얻게 된다. 꺾여버린 희망이 이제 이 그림들 속에서 제 생명의 길을 찾고 있다. 그림에 대한 나쁜 평판이나 비난은 있을 수 있겠으나 이 그림이 하나의 명령이 될 것으로 믿는다. 세련된다는 것은 말할 것을 다 말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거짓에 가깝다. 작가의 섬세함은 언제나 갇혀있던 기적을 사물 속에서 열어 보일 것이며, 얇고 작지만 좋은 형식이 된 만큼 명석한 눈과 예리한 칼을 손에 쥐게 된 것이다. 분명한 것은 땅에 상처를 주지 않고는 길을 낼 수 없었으며, 바닷물도 너무 짜기에 옥빛으로 맑아진 것이다.

 

 화가를 둘러싼 반짝거리는 사물의 속과 배후에는 인간의 힘으로 감량할 수 없는 어둠이 있으며, 모든 독창성은 그것이 출발했던 상황의 약점에서 얻어진다. 그의 약점은 자기를 온전히 살아보지 못한 순결함이다. 실체가 없었던 작가의 이야기는 그림을 통해 주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모래를 얻기 위해 돌을 깨트리는 어리석은 자들의 행위처럼 상처지우기가 오히려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되어 오래 깊은 수면에 빠져 있었다 하더라도 그 수렁은 화가로서 정수연이 감당해야 할 숙제이다. 어떤 생각의 극단이 되고자 하는 인간의 심정을 경험한 작가는 빈들처럼 적막하지만 이제 호흡을 막고 있던 돌멩이 같은 근심은 누적된 정열처럼 발화를 시작한 것이다. 현실의 두터움이 그림의 깊이가 될 것으로 믿어보려 한다.

 

 평문보다는 항상 앞선 그림의 의미를 이해하고 접근하는데 지나치거나 무례하지는 않았을까 걱정스럽다. 내일의 날씨를 묘사하는 것처럼 모호할 수밖에 없음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작가에게는 아직 풀지 못한 자기 연민이 남아 있으나 지우고 지우다 보면 더 이상 지울 수 없는 존재의 핵심에 도달하리라 본다. 자아는 본질이 없으면 신비롭지 않다. 꽃을 피우려는 의지는 그 의지에 제 마음을 배임으로써 실현된다. 늦었지만 체험이 진정한 것이기에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숨어있을 화가에게서 가장 찬란한 빛과 있어야 할 자리에 당당히 서기를 기대해 본다.

 

 

 

 

정수연(Jung Sooyeon)

 

2004 세종대학교 회화과 서양화전공 졸업

2005 세종대학교 일반대학원 크리틱 편집장 

2009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2012 ‘안락의자’ 그 불편함에 대하여(갤러리 자인제노, 서울)

2007 FourːmooR전(세종아트갤러리, 서울)

2007 갤러리 자인제노 기획 耽-me[탐미]전(갤러리 자인제노, 서울)

 

단체전 

2011 KUNSDOC ARTIST CLUSTER 2011(갤러리 쿤스트독, 서울)

2011 Present For You! 중견 및 신진작가 기획전(갤러리 메이준, 서울)

2011 <국제상상대학+부러진 삽>연계 전시 기획전(갤러리 쿤스트독, 서울)

2011 신진작가 구상전(갤러리 아쿠아, 서울)

2008 Blue ocean전 (북경좌우미술관, 중국)

2008 정길수 介人展 전시참여(충정각, 서울)

2008 H-art Festival 신진작가전(현대백화점, 서울)

2007 제 8회 시사회전(작가 교류프로그램 대안공간 Team_Preview, 서울)

2007 씨#날전 ‘그 둘의 同居-異相한 相同관계:配置-物/換置-物’(세종아트갤러리, 서울)

2007 제 4회 THE One+圓전(갤러리 디 오렌지, 서울) 

2006 대한민국 청년비엔날레(대구문화예술회관)

2006 서울옥션 신진작가 영아티스트전(서울옥션, 인사아트센터)

2006 씨#날전 2006 셔블の 최신유행스케치(세종아트갤러리, 서울)

2006 회화인 한마음전(세종아트갤러리, 서울)

2005 씨#날전 OPEN STUDIO(세종아트갤러리, 서울)

2003 발화전(종로갤러리, 서울)

 

수상

2006 남농미술대전 

2003 전국대학미전 

2003 세계평화미술대전 

 

 

 

 


평문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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